1. 귀차니즘
어릴 때부터 귀차니즘을 자주 느꼈다.
창의적인 작업이 아닌 의미 없는 반복, 암기를 매우 싫어했다.
"하... 이걸 언제 일일이 다하냐.
나 대신 ________ 해줄 수 있는 앱이 있으면 좋겠다."
문법 교정, 초안 작성, 수업 교안 작성, 단어 뜻 찾기, 문제 제작 등등
언어를 가르치는 교사로 살다 보면 귀찮은 반복이 필수다.
최근 이를 단번에 해결해 준 녀석이 나타났다: ChatGPT
글이나 언어가 관련된 모든 작업에 ChatGPT의 도움을 받고 있다.
ChatGPT를 이용하고 난 후, 예전과 비교했을 때 2~3배 정도의 시간을 절약하고 있다.
2. 언어의 아름다움
영어학을 부전공 하면서 많은 하위 분야 중 의미론이 가장 재밌었다.
다른 하위 분야들은 정답을 찾아가고, 규칙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면,
의미론은 이유를 찾고 해석해나가는 재미가 있었다.
특히 인지언어학(Cognitive Linguistics)의 관점은 매우 흥미로웠다.
- 언어는 규칙으로 이루어진 독립적인 모듈이 아니다.
- 언어와 사고는 깊이 연결되어 있으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 언어는 우리의 행동과 가치관까지 바꿀 수 있으며 반대로 행동과 가치관이 언어에 투영되어 있다.
언어에 담긴 의미에 대해 탐구하다 보면
언어의 아름다움을 진정으로 만끽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왜 예수님을 "말씀"으로 비유하셨는지,
왜 언어 능력을 인간의 고유성이라고 하는지 조금은 이해하게 된다.
3. AI가 언어의 미학을 "이해"하게 되는 때가 올까?
ChatGPT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다.
다만 셀 수 없이 많은 텍스트를 접한 뒤 확률적으로 가장 적절한 대답을 줄 뿐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인간 사용자가 만족하는 문장이 나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왜 1+1이 2인지 알려줘라고 물어보면 우리가 원하는 대답을 줄 수는 있지만
정작 ChatGPT는 본인의 답을 이해하지 못한다.
또한 ChatGPT는 이 세상에 대한 지식을 책으로만 배운 공부 벌레다.
그 방대한 데이터베이스 안에는 온도, 움직임, 질감 등과 같은 3차원 정보는 저장되어 있지 않다.
다만 책에서 나온 대로 읊을 뿐이다.
그렇다면 AI가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바로 움직이면서 학습하는 것(Learning via Movement)이 필요하다.
마치 어린아이가 손으로 입으로 모든 걸 만지고 맛보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이를 가지고 있는 텍스트 정보와 연결시키는 것이다.
이후에야 비로소 AI가 무언가를 "안다"라는 것에 가까워질 것이다.
4. 어린 아이을 관찰하는 재미, AI에서 느끼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편에 보면 악당이 "창의성"을 가진 생물을 창조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그러면서 쳇바퀴를 돌고 있는 여자아이로 보이는 생명체를 보며 이 악당은 한숨을 쉬며 말한다.
슈퍼컴퓨터가 필요한 수학적 계산이 가능하고
몇 주를 쳇바퀴를 뛰어도 체력이 떨어지지 않는 존재를 만들었지만,
무언가를 이해하고, 이해를 넘어 창조하는 생명체는 없었다.
그들의 행동은 단순 반복에 의한 학습에 대한 반응일 뿐이다."
우리가 바라보는 ChatGPT와 비슷하지 않은가?
난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언어를 가르쳤다.
이 직업은 곧 사라질 것 같다.
최소한 중급 레벨을 벗어날 때까지는 인간에게 언어를 배울 필요는 없는 세상이 올 것 같다.
그렇다면 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AI에게 세상을 가르쳐보는 일을 해보고 싶다.
나의 계획은 다음과 같다.
- AI와 언어와 관련된 인사이트 습득
- 기본적인 컴퓨터 공학 지식 배우기
- 기본적인 코딩 실력 갖추기
- 선수 과목 지식 쌓기 (미적분학, 확률, 통계 등)
- 머신러닝/딥러닝 지식 쌓기
그리고 이 과정을 기록할 것이다.
언어의 미학을 품은 AI 시리즈 이제 시작합니다.